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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기	2008-03-09 03: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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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집 근처에 오남 저수지가 있다는 것이 제게 있어서는 행운과 같았습니다. 저수지를 찾을 적마다 정서적인 안정과 다양한 마음의 느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날이 좋아 점심식사 후 찾은 저수지에는 봄이 가까이 찾아와 있었습니다.

   겨우내 꽁꽁 언 얼음으로 얼어붙어 있던 저수지가 상류에서부터 녹기 시작하는 듯 하더니 이제는 점점 얼음이 녹아 흐르는 물의 부분이 넓어져 가는 것을 보면 확연히 봄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람결에 기분 좋게 출렁거리는 물결이 이제는 제법 저수지의 중심으로 점점 치고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철새들은 얼음과 녹은 저수지 물결의 경계사이에서 먹이를 찾아 몰려 있었습니다. 얼음위에 앉아 물가를 바라보다 물고기를 낚아채는 녀석들도 보이고, 그러다가 몇 녀석들은 녹아 흐르는 물결로 뛰어들어 장난이라도 치는 듯 물위를 달려가기도 합니다.

   한동안 저수지 주변을 산책하며 철새들과 저수지를 바라보다 문득 아주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꽁꽁 얼어붙어 전혀 요동하지도 않게 보이는 저수지 표면의 얼음 밑으로는 한 겨울에도 얼지 않은 물결이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살랑거리는 바람에 물결을 이루며 소곤대는 물들이 사실은 한겨울의 추위 가운데에도 얼음 밑에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추위가 온 저수지를 얼어붙게 만든 것 같고, 또 겉으로 볼 때는 두꺼운 얼음만 보여 물이라고는 아예 없어 보이는 엄동의 순간에도 물은 소리 없이 얼음 밑에서 출렁거리며 소곤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춥고 매서운 칼바람도, 쌕쌕 소리치는 동장군의 호령도 저수지 밑바닥까지 얼어붙게 만들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얼음 밑으로 물은 흘러가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아무리 매서운 겨울추위가 온 저수지의 물을 다 얼음으로 얼어붙게 만들 것처럼 달려들어도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한 그렇게 어깨를 움츠리게 만드는 추위도 지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때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저수지의 얼음이 조금씩 녹아가고 있고, 녹아드는 얼음사이로 물결이 살랑대는 것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고 그 사이로 마음의 평안함이 찾아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가는 법입니다. 영원히 머무르며 얼어붙게 할 것 같은 동장군의 기세도 때가 되면 지나가는 것이고, 오래도록 호령할 것 같은 한여름의 작렬하는 더위도 때가 되면 지나가는 법입니다. 영원히 내 곁에 머물러 있을 것만 같은 사랑하는 사람들, 부모, 형제, 자녀들도 때가 되면 모두 떠나갑니다. 그것도 사실은 모두 지나가고 있는 것이지요.
   젊음도 지나가고, 영화로운 시간도 지나가고, 건강도 지나가고, 괴로움도 지나가고, 슬픔도 지나가고, 불행도 지나가고, 고통도 다 지나갑니다. 물론 기쁨도 지나가고 행복도, 즐거움도 지나갑니다.
   세상에 지나가지 않는 것이 어디에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이 지나가고 있듯이 내 마음도, 생각도, 감정도 모두모두 지나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그렇게 지나가 버립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겠지만, 제게는 새로운 희망과 소망, 그리고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지금의 고통도, 슬픔도, 괴로움도, 죽고 싶을 만큼 아프고 시린 마음도 모두 지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지나가기에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나가지 않고 계속해서 머물러 있다면 슬픔을 당한 사람들이 살 수가 있겠습니까? 지나가기에 견딜 수 있는 것이고, 지나가기에 또 살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한겨울의 저수지는 얼음으로 덮여 있지만 그 밑에는 물결이 흘러가고 있었던 것처럼 지금 겪고 있는 어떤 괴로움과 고난 밑에도 주님의 은혜와 사랑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이기에 때가 되면 다시금 기쁨과 평안도 맞이할 수 있게 됩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갑니다. 그리고 다시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