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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기	2007-12-30 08: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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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의 마음, 하열이의 마음!

   우리 집 둘째 하열이가 지난 26일에 필리핀으로 10주 동안 어학연수를 떠났습니다. 어른인 저도 낯설고 물설은 타국에 가서 지낸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할 텐데 하열이는 그런 기색은 별로 안 보이고 씩씩한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하열이에게는 그보다는 새로운 나라에 가서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는 호기심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처음으로 아빠와 엄마를 떠나 타국에 가는 것이고, 그것도 혼자 가는 것이니 왜 마음이 불안하지 않겠습니까? 출국을 며칠 앞두고는 몸도 아프고 마음도 불안한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하열이에게 ‘마음이 어떻니?’라고 물으니 조금 불안하다고 하더군요. ‘무엇이 불안하니?’라고 다시 묻자, ‘필리핀에 가면 공부를 많이 시킬까봐 불안하다’고 하더군요. 엄마, 아빠를 떠나 혼자 있는 것이 불안하다고 말할 것이라는 제 기대를 보기 좋게 깨뜨리는 답변이었습니다.

   저희 집 형편이 아이를 어학연수를 보낼 입장은 전혀 아닙니다. 그래서 처음 아내가 ‘하열이가 필리핀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아무런 대답도 못했습니다. 아내가 이렇게 저렇게 준비할 때도 한 마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보태 줄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와는 달리 아이 엄마는 시어머니께서 주신 한 냥짜리 금 목걸이를 처분하고, 아르바이트를 밤새워하면서, 그리고도 부족한 것은 서비스를 받아서 아이를 보낸 것입니다.

   형편이 안 되는 중에도 무리를 해가면서 아이를 보낸 것은, 아이에게 새로운 견문의 경험을 시켜주고, 영어 공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습니다. 그런데 하열이의 마음은 부모의 그런 마음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필리핀으로 떠나는 하열이에게 엄마는 매일 일기를 쓰고, 성경을 읽고, 전화를 해달라고 하자 한숨부터 쉬더군요. 그걸 어떻게 매일 하느냐는 말이지요. 그리고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아빠에게 메일을 보내달라고 하니 하열이 표정이 무거운 짐을 지는 듯 한 모습이더군요.
   아빠와 엄마는 하열이가 보고 싶고, 걱정도 되어서 전화를 부탁하고, 메일을 쓰라고 했는데 아이에게는 귀찮기만 하고 부담으로 다가온 모양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요? 일주일에 한 번 메일을 보내달라는 아빠의 요구가 너무 무거운 숙제처럼 느껴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저와 우리 성도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님께서 보고 싶다고, 만나자고 하시지만 일주일에 한 번 하나님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 말입니다. 하열이에게 아빠가 메일을 쓰라고 하는 것은 아빠가 아쉬워서가 아닙니다. 오직 아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뿐입니다. 사실 더 아쉬운 것은 제가 아니라 하열이 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사정하고 하열이는 귀찮아합니다. 우리 역시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이렇게 하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도리어 하나님께서 사정하시고 우리는 귀찮아하며 외면하는 모습 말입니다.

   엄마의 전화 부탁은 귀찮아하며 ‘매일 해야 돼?’하는 하열이가 공항에 가서 필리핀 체류기간 동안 사용할 용돈을 환전할 때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엄마는 한 달에 5만 원 정도의 용돈을 환전하여 건네주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그 정도면 많은 돈이고, 필리핀에서는 훨씬 가치가 높은 금액일 것입니다. 그런데 하열이는 함께 가는 여진이와의 용돈을 비교하며 더 달라고 투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참 마음이 안타깝고 답답하더군요.

    하열이야 어리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제 마음이 답답했던 것은 제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것은 귀찮아하고 힘들어하면서도 하나님의 손에 들린 복은 남보다 더 많이 받으려는 욕심의 모습 말입니다. 이걸 어쩐다는 말입니까? 이게 저만이 아니고 성도 여러분의 모습은 아니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