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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기	2007-11-18 07: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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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승달로 보이는 순간에도 보름달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새로남교회 성도들께서는 제가 달을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모두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달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을밤의 달은 저의 마음을 모두 앗아가 버립니다. 그래서 달이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밤이면 한밤중에 밖에 나와 한참을 달을 바라보다 들어가고, 요즘은 시간이 없어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달맞이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가로등 불빛의 방해가 없는 시골로 떠나는 것이지요. 한적한 시골,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이라면 금상첨화의 달구경 명장소가 됩니다. 그곳에서 한동안 하늘의 달을 쳐다보며 감탄하고, 달빛을 받으며 시골길을 거니는 것이 달맞이 여행의 진수입니다.

   금요일 밤에도 하늘에는 달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보름이 되려면 멀어서인지 초승달이 떠올랐습니다. 달은 가득찬 보름달이 제일입니다. 보름달이 아니라서 많이 아쉬웠지만, 한참을 달을 바라보다보니 제 눈에 눈썹 같은 초승달의 모양만이 아닌 보름달의 윤곽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초승달모양만 달빛을 비추고 있었지만 빛이 나고 있지 않은 나머지 부분의 모습도 제 눈에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 착시인지 알고 다시 눈을 닦고 보았더니 여전히 달의 윤곽이 보였습니다. 저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달빛이 초승달로만 비추는 순간에도 달은 보름달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있음을 말입니다. 초승달로 비추고 그믐달로 비추고, 때로는 그 마저도 안 보이는 순간에도 달은 하늘의 그 자리에 떠서 함께 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주 당연하고 사소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고 보니 새삼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 안 보이는 순간에도 태양은 여전히 하늘에 떠 있듯이 달빛이 비추지 않는 순간에도, 꽉 찬 보름달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달은 그 자리에 한결같이 함께 하고 있음을 이제야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보름달이 우리의 소망이 완성되고, 우리의 기도가 응답되는 기쁨이 가득찬 순간이라고 비유한다면 초승달은 아직 우리의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우리의 기도는 채워지지 않는 불만족의 순간이라고 대입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눈에 초승달만 보이고, 그믐달만 보이는 것처럼, 우리의 눈에는 소망이 충족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우리의 기도가 응답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슬프고 실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못보고 그래서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에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향한 주님의 뜻과 계획을 품고 계시며, 우리를 위해 일하시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눈에는 초승달밖에 보이지 않아도 보름달이 함께 하고 있듯이, 우리 눈에는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고 기도가 응답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순간에도 주님이 허락하실 소망과 기도는 이미 우리 가운데 함께 하시고 계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2007년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합니다. 한 해 동안 감사하셨나요? 주님께 가슴 떨리도록 감사하시나요? 톡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만 같은 비눗방울처럼 감사로 마음이 충만하시나요? 올 한 해 진정 감사하시고 계시나요?

   충만함 보다는 불만족이, 감사보다는 불평이 먼저 탄식처럼 나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은 아니신가요? 소망은 아직도 차지 않은 초승달과 같고, 기도에 대한 응답은 보이지 않는 달빛과 같이 어둡고 답답하기만 하여 실망한 것은 혹 아니신가요?

   금요일 밤에 저는 보았습니다. 초승달을 보며, 초승달만이 아니고 거기에는 보름달이 함께 하고 있음을, 보이지는 않지만, 아직은 초승달의 빛만이 비추고 있지만 분명히 그곳에 보름달이 함께 하고 있으며 곧 보름달의 가득찬 소망과 응답의 빛이 온 누리에, 내 삶위에 가득히 비추일 것을 말입니다.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하지만 온전한 감사가 마음으로부터 솟아나지 않을지라도 초승달을 보며 보름달이 함께 하고 있음을 바라보았듯이, 우리의 보이는 현실만이 아니고 주님께서 지금도 일하시며 우리를 위해 마련해 가시는 그 손길을 바라보며 찬양하고 감사하십시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우리는 진정한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진정한 소망의 완성과 기도의 응답으로 가득찬 감사가 샘솟듯 넘쳐흐를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