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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기	2007-10-28 0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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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을 원하시는 하나님

   약속이 있어서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현정자매의(예전 피아노 반주자)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를 만나러 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집에 들어가는 길이고 해서 구리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현정자매가 오남리까지 들어왔다 남한산성 밑의 집에 까지 가려면 밤길에 너무 멀 것이고, 마침 저는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이니 구리에서 잠시 기다렸다 만나고 오면 되겠지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현정이 6시 퇴근하고 들어온다고 하니 구리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해 7시에 만나 잠깐 만나고 들어오면 9시에 있는 화수목 기도회에 충분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퇴근길 차가 막혀서 현정이 구리 약속장소에 도착한 시간은 7시 40분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마침 저녁때인지라 가벼운 것으로 저녁을 시켜서 먹으며 짧게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양해를 구하고 서둘러 자리를 일어났지만 시간은 8시16분이 되어 있었습니다. 기도회까지는 44분 가량을 남겨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구리에서 오남리 교회까지 들어오는데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25분 정도면 충분히 들어올 거리니까요. 그런데 퇴근시간이고 차가 막힐 수도 있는 상황인지라 자칫하면 기도회 시간에 늦을 것 같아서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현정에게 교회로 들어오라고 할 걸 하는 마음도 스치듯 들었습니다.
   서둘러 교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는 간절한 기도를 드리기 시작합니다. 주님의 도우심을 기도하고, 시간 내에 도착해서 기도회를 탈 없이 인도해달라는 간구를 드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기도를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만일 이 시간이 퇴근시간이 아니었다면, 차가 막혀서 늦을 것 같지 않았다면, 내 한계를 느끼지 않았다면 이렇게 간절히 주님을 부르고 기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랬다면 별 생각 없이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황이 늦게 되고 길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그래서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집으로 돌아오는 40여분의 시간 동안 주님과 깊은 만남을 가지며 주님 안에서 머무를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로 하여금 기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이 상황이 힘들기는 하지만 감사함이라는 깨달음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삶의 일반적인 상황으로까지 연결 지을 수 있었습니다.
   기도회 시간을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도록 미리 상황을 정리해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살다보면 우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돌발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전혀 내가 원하지도 않은 상황이고 기대한 것도 아닙니다. 아니 피하고만 싶은 그런 상황도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고, 급하고, 답답하게 만드는 그런 상황들 말이지요.
    그런데 그런 상황들을 만나 우리의 한계를 절감하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을 바라보고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절박한 만큼 그 기도는 간절해지고 깊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도하는 가운데 기도의 응답을 받고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더 귀한 선물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주님을 만나는 것이지요. 주님을 더 가까이 뵙고 주님께로 한 걸음 더 친근하게 나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지 않았을 것이고, 내 삶으로 주님을 절박하게 초청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내 힘만으로도 충분하니 주님을 잊거나 혹은 관계없이 내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만나는 다급한 상황, 위기의 순간들은 우리로 하여금 눈을 들어 나와 세상이 아닌 하늘의 하나님을 바라고 찾게 합니다.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자체가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행히 구리에서 오남리로 들어오는 길은 막힘없이 순탄했습니다. 길이 막히지 않고 별 어려움 없이 도착할 것이라는 계산이 서자 순간 마음의 긴장이 풀리며 기도가 약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인간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순간을 사용해 나로 하여금 하나님의 마음을 엿보게 하시고 순탄한 순간에도 주님을 향하여 더 가까이 나아가고 간절하게 찾는 것이 은혜이고 감사임을 깨우쳐 주신 주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