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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기	2007-10-14 03: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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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80점!

  최근에 우리 집 큰 아이 하섬이의 공부를 좀 봐주게 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공부를 가르치거나 한 것은 아니고, 아이가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한 것을 스스로 복습하도록 독려하고 저는 그것을 제대로 했는지를 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에게 나름대로 공부에 대한 시간표를 짜도록 하고 저는 그것에 맞춰서 공부하도록 독려하고 또 공부를 마친 후에는 제대로 했는지를 질문을 통해 확인하는 것입니다. 저도 아이 곁에서 책을 읽거나 일을 하면서 함께 공부하고 아이가 공부를 마친 후에는 직접 공부한 내용을 확인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발견한 사실이 우리 하섬이의 공부하는 모습이 대충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공부한 내용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확실히 아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즉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분명하게는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공부를 한다고 했지만 대충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그 정도로 공부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왜 그렇게 공부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확실하게 공부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대충하면 안 하는 것은 아니니 부모에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되고 자신도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충하면 조금 빠져나갈 틈이 있고 여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렇게 대충 공부하면 절대로 A학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대충 공부하면 B학점 정도에 머무를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면 A학점을 받을 수 있지만, 대충하면 B학점에 멈추게 됩니다. 우리 하섬이의 성적이 80점대에 머물고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 정도의 성적에 만족하려하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공부하기는 싫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것은 삶에 대한 자족이 아니었고 스스로의 삶에 대한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됩니다.

아이에게 나름대로 알아듣도록 이것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최선을 다하면 90점 이상, 대충하면 80점이며, 80점이라는 점수는 공부를 안 한 것은 분명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공부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어쩌면 대충 80점은 너에게 있어서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 대충 그 정도에서 너의 삶을 멈추려고 하기 때문에 좀 더 분발하여 보다 깊은 경지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60~70점 정도를 받았다면 부족하구나, 공부를 안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열심히 분발하려고 하겠지만 80점 정도를 받으면 그 생각을 안 하고 이 정도면 됐지! 뭐! 하는 생각에 성장과 분발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대충하면 최정상에 오르는 절정감을 맛볼 수가 없다. 에베레스트 산 정상 8800m에 오른 사람과 8700m에 오른 사람이 있다.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단순히 100m의 차이가 아니고 삶의 절정감을 맛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삶의 절정감을 맛본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과 천지차이가 난다.’

글쎄 중1 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이야기일지는 모르겠는데 아비된 자로서 진심을 다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아이 수준에서 나름대로 이해했으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아이에게 목소리 높여 이야기를 해주면서 문득 제 마음에도 뜨끔한 것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어쩌면 그 이야기는 아이보다 제 자신이 먼저 들어야 할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나는 과연 최선을 다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최선을 다해 하나님을 믿고 섬기고 있는지? 아니면 대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질문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내 삶과 믿음이 대충 80점에 멈춰 서서 거기에 머물러 있고, 그것이 전부인 줄 알고 주저앉아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때문에 삶과 신앙의 절정감을 맛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여! 당신은 어떠신가요? 대충 80점은 어쩌면 인생과 신앙에서 가장 슬픈 점수일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속아서 멈춰 서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대충 80점 인생과 믿음은 아닌지 스스로 질문해보시고 점검해 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