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

	김영기	2007-10-07 08:59:12

	http://www.saeronam.com

	어두울수록 달빛은 밝게 빛납니다!

   지난 추석을 하루 앞둔 24일 늦은 밤이었습니다. 우리 집 하섬이가 늦게까지 공부한다고 잠을 자고 있지 않고 있기에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한가위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달을 바라보면 신비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동시에 가슴이 뜁니다. 이렇게 달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곳 오남리에 사는 충분한 감사와 기쁨이 제게는 있습니다.
  한동안 하섬이와 함께 달을 바라보다보니 뭔가 자꾸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가로등 불빛, 자동차의 불빛에 달빛을 충분히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하섬이와 둘이 오남저수지에 올라갔습니다. 오남저수지에 오르니 교회 근처에서 보던 달빛보다는 밝은 달빛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수지도 예전만 하지 못한 것이 저수지 위에 은항아리 사우나가 생기며 그곳에서 밝히는 불빛 때문에 저수지 수면위로 떠오르는 달빛은 사라진 지 오래고 절로 감탄이 나오는 부서지는 듯 한 달빛을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밑에서보다는 훨씬 달빛에 잠길 수 있음이 다행일 뿐입니다. 은항아리 불빛으로 달빛이 방해되는 것 같아서 하섬이와 함께 불빛이 비치지 않는 곳으로 찾아갔습니다. 나뭇잎들이 은항아리 불빛을 가려주고 하늘위로는 달빛이 내려오는 곳에 이르자 백합의 향기와도 같은 희뿌연 달빛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그 자리에서 달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촉촉한 마음을 느껴보았습니다.

‘하섬아, 아까 밑에서 보던 달과 지금 여기에서 보는 달빛 느낌이 다르지 않니?’
‘네, 아빠. 여기 달이 더 밝은 것 같아요!’
‘왜 밑에서 보던 달보다 이곳에서의 달이 더 밝아보는 것일까?’
‘이곳이 더 어두워서 그런 것 같아요!’

  하섬이와 당연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닿는 느낌과 생각들이 있었습니다.
   네온과 여러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룬 서울에서는 달을 볼 일이 별로 없습니다. 화려한 네온과 대낮과 같은 조명들은 굳이 달을 떠올리게 하지 않습니다. 굳이 하늘을 우러러 달을 바라보아도 찾기 어렵거나 희미할 뿐입니다.
    내 주변이 환하면 환할수록 하늘의 달빛은 빛을 잃어가고 어두울수록 달빛은 빛을 밝힙니다. 세상에서의 삶이 화려하면 할수록, 편안하면 할수록 하나님을 바라보며 가까이 하는 것은 더욱 멀어져 가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나 세상에서의 삶이 고단하고,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한 듯 한 답답한 상황에서는 하늘만 바라보고 더욱 하나님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소설에서처럼 흰 메밀꽃위로 알알이 떨어져 내리는 눈부신 달빛을 맛보는 것은 불빛 하나 없이 오직 달빛에만 기대어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만이 누릴 수 있는 감격이듯이 하나님을 더욱 가까이 하며 사랑할 수 있는 것 또한 세상에서는 약간의 고단함과 어둠을 간직한 이에게 주어지는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평안과 여유를 주신다면 감사하며 거기에 눈멀어 교만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동시에 약간의 슬픔과 어려움을 주신다면 더욱 주님을 바라보게 하심에, 그리고 주님을 더욱 크게 가슴에 담고 살아갈 수 있음에 찬양해야 하겠습니다.
   세상일에 분주하게 살다보면 달을 바라보는 것도 잊고 살아갑니다. 하늘에 달이 뜨고 있음도 잊어버린 채 살아갑니다. 세상 살아가는 재미가 가득하면 모든 것을 허락하시고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을 잊고 살아갑니다. 그러다 내 몸이 건강으로 어두워지고, 내 삶이 경제로 어두워지면,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먹구름에 쌓이게 되면 비로소 하늘을 우러러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주변이 어두워야 하늘의 달빛이 잘 보이고, 적당한 고난이 하늘의 하나님을 더욱 분명하게 보게 만듭니다. 잠깐 있다가 사라져가는 불빛에 눈멀지 않고 영원한 달빛을 바라보며 살고 싶습니다. 잠깐 머물다 떠날 세상에 마음 빼앗기지 않고 영원하신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