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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기	2008-04-27 08: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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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있어야 봄도 오지요!

  오남리 주변의 산들을 둘러보면 어느새 연두색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연두의 물감을 흩뿌린 듯 산들이 고운 연두의 빛깔로 치장을 하고 있습니다. 서재의 창밖으로 보이는 오남초등학교 교정의 나무들도 연둣빛의 고운 새순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문득 창밖을 내다보다 나뭇잎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옵니다.
‘아, 어느새 벌써!’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며 추위에 벌거벗고 서있던 나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고운 새 옷으로 치장하고 있는 듯 보여 반갑고 흐뭇한 느낌입니다. 한동안 감탄하며 고운 연둣빛의 나뭇잎들을 바라보다 봄의 기운이 놀랍고 신기하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새삼스럽게 봄의 따뜻한 기운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기운을 생각하다 ‘그렇다면 겨울에 나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겨울은 나무에게 어떤 의미일까?’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생각이 연결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생각은 더 연결되어 ‘여름에는, 그리고 가을에는 무엇을 하고,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하는 것으로도 진행되었습니다.

   나무에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있다면 겨울은 어떤 의미일까요? 겨울에 나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따뜻한 볕을 받아 고운 연둣빛의 나뭇잎들을 만들어내어 새로운 시작의 설레임과 기쁨을 전하며 나무의 봄은 탄성과 박수를 한 몸에 받습니다. 저만해도 교정의 나무와 산위의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연두의 빛들을 보며 감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듯 봄이 감탄과 찬사의 박수를 받고 있는 동안 겨울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때로는 기억에서 지워지고 마는 악역을 맡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렇기만 한 것일까요?

  나무는 겨울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세찬 눈보라와 차가운 바람에 발가벗긴 채 흔들리고 있던 겨울나무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었을까요? 봄 나무의 연둣빛에 감탄하느라 겨울나무의 위대함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토록 세찬 눈보라를 온 몸으로 맞으며 버티고 서 있었기에 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칼바람의 송곳 같은 추위에 벌거벗은 몸으로 떨고 또 떨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에 봄을 맞아 고운 연둣빛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겨울나무의 인내와 무던함에 고마운 마음과 박수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인생에도 4계절이 있습니다. 새로운 설레임의 봄의 인생이나 왕성한 여름의 인생, 그리고 풍성한 결실의 가을의 인생에는 관심과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고난과 괴로움에 정체해 있는 듯 한 겨울의 인생에는 안타까움만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인생의 겨울을 한 번 이상은 맞아야 합니다. 그때 매서운 추위의 겨울 인생을 잘 버티고, 참고 인내하며 기다려준 사람만이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현재만 부러워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보내야 했던 겨울, 즉 참고 인내하며 버티는 것 외에는 달리 할 것이 따로 없던 시절들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그 겨울을 버티며 힘써 달려왔던 그 모든 시간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저 성공한 결과만 보려고 하고 부러워할 뿐입니다. 봄의 화려함에 눈멀어 겨울을 바라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아직 봄을 맞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지금 지나고 있는 겨울의 소중함에 관심을 가져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참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그 답답한 시간이지만, 그 겨울의 묵묵히 버티고 인내함이 엄청난 결과를 잉태하고 있는 출발임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혹시 봄을 맞이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봄의 연둣빛에만 눈멀지 마시고 지난겨울의 괴로움과 인내를 떠올리며 겸허함과 감사를 다시금 마음과 삶에 담아내는 모습을 갖기를 바랍니다. 겨울에는 버티고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것이 따로 없지만 그 겨울을 그렇게 버티고 기다렸기에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