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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기	2008-03-23 03: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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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가벼운 마음속으로 스며들고!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 듭니다. 아직 완연한 봄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미진한 것이 있는 것 같지만 봄이 한걸음 가까이 다가온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지난 한 주간도 참 따뜻한 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목요일에 볼 일이 있어서 서울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나갈 때는 따뜻한 봄 날씨였지만 저녁에 들어올 때는 혹시 몰라 코트를 입고 갈까? 하다가 벗어 놓고 나갔습니다. 서울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려 보니 먼저 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람들의 가벼운 옷차림이었습니다. 두꺼운 겨울 옷차림들이 아니고 가벼운 봄 옷차림들로 봄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코트를 입고 나왔다면 덥기도 했겠지만 계절에 뒤쳐진 것 같은 촌사람 느낌을 받았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남리에 살면서 몇 번인가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오남리가 서울보다는 날씨가 조금은 쌀쌀해서 그것을 기준으로 옷을 입게 되고, 또한 저녁에 들어오려면 더더욱 준비를 하는 마음에 옷차림을 하고 서울에 가면 계절에 뒤쳐져 있음을 발견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번에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가벼운 옷차림을 보면서 봄은 가벼운 옷차림에서 온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여성들의 원피스 자락이 살랑거리는 곳으로, 남성들의 넥타이 색상이 밝아지는 곳으로 봄이 찾아듦을 느낍니다.
   봄은 이렇게 한겨울의 무거움을 벗어던지는 가벼움으로 다가오는 모양입니다. 두터운 스웨터보다는 가벼운 블라우스를 입은 모습으로, 무겁고 어두운 색상의 슈트보다는 가볍고 밝은 색상의 슈트 차림으로 갈아입은 남녀의 옷차림으로 봄을 느껴봅니다.

  계절의 봄이 이렇게 가벼운 옷차림으로 찾아오는 것처럼 우리 마음의 봄맞이 또한 가벼운 마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요?
  한겨울 추위를 지내다보면 겨울이 너무 긴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겨울이 깊어갈 무렵에는 봄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 사람들의 인지상정입니다.
  인생의 사계 중 겨울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인생의 겨울은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고, 추워서 떨게 만들 뿐 아니라, 삭막한 마음으로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마음을 지닌 모습일 것입니다. 그와 같은 인생의 겨울을 맞이하는 사람들 또한 새로운 봄이 빨리 다가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겨울을 보내며 봄을 기다리는 마음보다도 더 간절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생의 봄은 어떻게 다가올까요? 어떻게 맞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의 가벼운 봄 옷차림을 보면서 저는 순간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인생의 봄 또한 저 가벼운 봄 옷차림처럼 가벼운 마음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요.

   매서운 한겨울에는 두꺼운 옷을 껴입고, 목도리에 코트까지 덧입고 있다가 봄이 되면 겨울옷들을 훌훌 벗어던지고 가벼운 봄옷들을 입듯이 인생의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 역시도 무겁고 답답한 마음들을 벗어 버리고 가벼운 마음의 옷을 입으며 봄을 기다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직도 무거운 마음을 안고 있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인생의 겨울을 살고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아직도 여러 겹의 마음의 방어들을 껴입고 지내고 있다면 그 사람은 겨울의 사람입니다. 실망, 낙심, 분노, 불평, 원망, 짜증, 한숨, 투정, 분노 등의 두꺼운 마음의 옷들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아직 마음의 봄이 멀리 있을 뿐입니다.

   인생의 봄 또한 계절의 봄처럼 가벼운 마음에서부터 비롯됩니다. 그래서 인생의 봄을 맞이하려는 사람은 가벼운 마음으로 먼저 갈아입고 봄을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다.
   기쁨, 기대, 기도, 감사, 용서, 사랑, 수용, 평안 등의 밝은 마음들과 더불어 웃음, 나눔 등의 가벼운 마음들로 우리의 마음을 갈아입을 때 인생의 봄 또한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고난이 겨울이라면 부활은 봄에 해당됩니다. 오늘 우리는 부활주일을 맞이합니다.
  올 부활절은 가벼운 마음으로 맞이합시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먼저 인생의 봄을 만들고 기다려봅시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듯이 기다리는 것에는 결과가 있는 법입니다.